새로운 복고, 뉴트로 디자인이 만들어내는 전환도시의 가능성

몇 년 전부터 다시 복고가 유행이다. 매 십년마다 ‘복고’는 늘 재등장하는 문화 키워드가 된 것  같다. 과거의 ‘복고’가 회상했던 시대의 초상은 1945년 해방 이후,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기에 겪었을 자신들의 유년시절, 학창시절이거나 푸른 청춘의 시기의 경험들을 소환했다. 그러나 요즘의 복고는 오늘날, 청년부터 노년까지 다양한 세대가 경험한 그들의 어린 시절과 청년의 시기를 추억의 장면으로 불러 일으킨다.

. 2000년대 이후 급속한 IT기술의 발달, 급격한 네트워크 환경 조성으로 인해, 도시를 사는 우리들은 그보다 불편하고 느렸으며 심지어 촌스럽기까지 했던 과거의 시절을 추억하고 그 추억 속에 서 잠시나마 도시인들의 고독과 갈등, 불안의 탈출구를 찾고 위안을 얻는다.

그런데 이러한 도시의 복고가 달라지고 있다. 한 두해 정도 반짝 유행하는 패션 스타일이나 상품 트렌드로 끝나지 않는다. 수년 전에 공전의 히트를 쳤던 복고풍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여전히 오늘날 유행 중인 <슈가맨> 같은 방송국 예능프로그램이 복고를 일으키고 유지하는 전부의 힘이 아니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 4차산업혁명 시기에 이 복고는 도시인의 삶과 기호, 서비스의 깊숙한 부분까지 바꾸고 있다.

이른바 뉴트로 디자인 때문이다. 뉴트로는 복고의 영문 이름 레트로(RETRO:Retrospect)를 최근의 밀레니얼세대가 새로운 관점으로 재창작(Re-Creating)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뉴트로 트렌드는 단지 과거의 상품이나 도시의 외관을 소환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공간화, 리디자인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복고의 모습으로 나타난 시대의 느낌을 전혀 경험하지 못했을 2030세대가 감히 100년 전, 일제강점기 ‘경성의 모던뽀이’ 감성을 재현한 간판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지금은 자취를 감추고 흔적만 있는 옛 서울 한복판의 풍경을 디지털로 복원하기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도시개발의 광풍을 기대했다가 오히려 난개발로 인해 ‘동네의 풍미’를 상실한 중장년층의 도시민들은 청년 건축가그룹과 문화예술가를 만나 수십년도 더 된 동네와 마을의 이야기를 뽑아내고 이를 도시재생의 디자인으로 만들어낸다. 옛 서울의 4대문 안 한양성곽 주변 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에서 피난민과 도시노동자의 거친 삶을 받아들였던, 후미진(?) 베드타운들이 뉴트로 디자인과 어울려 도시민의 생활사(生活史), 동시대의 이야기(Contemporary Stories)를 담은 새로운 도시건축의 사례를 구축한다.

이제 막 시작된 뉴트로 디자인은 도시의 역사, 현재의 삶 속에 녹아든 시대의 공감요소를 확장해낼 것이다. 근현대사의 역사복원, 도시재생, 지역사회 활성화 같은 문화수도 서울이 표방하는 핵심 정책과 맞물려 도시의 외관과 내부를 바꾸는 다양한 실험과 의제를 확산시킬 것이다.

어찌보면 더 이상 새롭고 혁신적인 것이 와도 부담스럽고, 또 어찌보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 뉴트로 디자인의 개념과 활동이 시대의 경험을 교차하고 융합하며, 일상의 작은 영역과 도시생활의 큰 영역을 이어주는 소통도시, 공감도시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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